요 며칠간 윗배는 소화불량에 아랫배는 설사로 지옥을 보고 왔습니다.
뭐랄까 먹는 족족 얹히다 보니 먹지는 못하고 아무것도 안 들어갔어도 아랫배에서는 계속 나오다 보니 정말 몸 속에 있는 모든 게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더군요.
게다가 하필이면 일 나가는 날하고 겹쳐져서 찬바람 속에서 위, 아랫배를 움켜잡고 있자니 '신이여 만약 계신다면 그냥 날 죽여.'란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오더군요.
아무튼 끙끙 대다가 어제 할아버지 제사 쯤 해서 진정기미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다행히도 진수성찬을 먹을 수는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간만에 돌아온 동생한테 속 아팠던 이야기를 했더니 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 왈
동생: 오빠, 혹시 열 나지 않았어?
나: 응? 그러고 보니 감기 기운이 좀 있었지.
동생: 설사가 막 수돗물 같이 나오고?
나: 응
동생: 뱃속이 막 찌르는 듯이 아프고?
나: ……응
동생: 그거 장염 같은데?
나: ……
동생: 내가 장염하고 좀 친해서 아는데 증상을 볼 때 바이러스성 장염 같은데 병원은 가봤어?
나: ……아니, 거의 나은 거 같아.
동생: 그러니까 남들은 걸리면 아픈 배 잡고 뒹구는 장염을 그냥 몸으로 버텨서 나았다는 이야기?
나: ……아마도
동생: 미련곰탱이
나: 아 아니다아아아.
자상한 동생의 설명에 의해서 저를 괴롭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소중한 제사였습니다. (먼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