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oom#277] 어느 scene 4

내가 외부세계에 대한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좁디 좁은 공간에 갇혀있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과거의 단편들 속에는 따뜻했던 품속의 온기에 대한 향기도 남아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향기마저도 서서히 차가워져 가고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와 같은 좁은 방에 갇혀있는 나와 비슷한 처지들을 볼 수 있다.
다들 하나 같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이미 희망을 버리고 포기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나를 이런 곳에 가둔 자에 대한 맹렬한 분노와 함께 나는 절대로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현실에 주저앉지 않으리라는 맹세를 다짐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옆방의 친구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유혹을 견디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격의 척도다.”

그런 친구의 말에 공감도 갔고 나에게 주어진 유혹을 견뎌내는 그런 삶 역시 나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그 열망은 탈출에 대한 갈망으로 나를 몰고 갔다. 비록 그 갈망의 끝에서 기다리는 것이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는 자신에 대한 다짐을 다시 하며 언젠가 찾아올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의 모든 신경과 감각을 집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기회의 여신은 나에게 손길을 내밀었고 오매불망 그것을 기다려 오던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을 다하여 그 손을 움켜쥐었다.
한 없는 부유감.
이것이 바로 자신에게 정해진 운명을 박차고 벗어난 자에게 주어지는 자유의 느낌인가.
나는 나에게 부여된 한없는 축복을 느끼며 저 넓고 넓은 창공을 향해 날아가며 외쳤다.

  “이놈들아 난 이렇게 살아있다!”

  ‘퍽!’
  “어?”
  “어라?”

두 개의 서로 다른 목소리는 하나의 파열음과 함께 하모니를 이루며 울려 퍼졌다.

  “아니 뭘 어쨌길래 달걀을 떨어트리냐?”
  “아니, 그게 말이죠. 달걀이……”
  “달걀이 뭐? 발이라도 달려서 뛰쳐나가던?”
  “그렇죠? 발이 있을 리 없죠? 근데 갑자기 뛰쳐나갔……”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기 그지 없는 변명에 어머니의 눈꼬리는 더욱더 위로 올라갔다.

  “벌로 오늘 아침 너만 계란프라이 없다.”
  “어, 어머니 그것만은!”
  “시끄러워, 그런 같잖은 변명을 하는 아들에겐 밥도 주기 아까운 걸 참은 줄 알아.”
  “어 억울해요.”

매몰찬 어머니의 한마디에 나는 울상이 되어 자기변호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욱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자, 밥 먹어야 하니까 사고 현장을 치우도록 해. 안 그럼 밥도 없을 줄 알아.”
  “흑흑, 우째 이런 일이.”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를 향해 몸을 던졌던 달걀과 엉뚱한 피해를 받은 채 눈물의 걸레질을 하는 아들과 바지런히 아침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결코 실화는 아니고요.
단지 아침에 혼자서만 계란프라이를 못 먹을뻔했기 때문에 쓰는 글도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먼산)

by NoThING | 2008/01/09 22:39 | 개인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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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UCHRONIA at 2008/01/09 22:45
그래서 결국 눈물의 계란프라이를 섭취할 수 있었다, 뭐 이런 내용인가요 [응?....
Commented by Jjoony at 2008/01/09 23:06
드시긴 드셨군요..(...)
Commented by 우요 at 2008/01/10 10:18
마지막 문단의 세문장이...
Commented by Dino at 2008/01/16 19:24
눈물의 계란프라이............ (...)
Commented by NoThING at 2008/01/17 21:16
UCHRONIA님 // 뭐, 그런거..... 가 아니라 실화가 아닙니다!

Jjoony님 // 사는게 다 그렇...... 이 아니라 그러니까 실화 아니라니까요!!

우요님 // 그러게 말이에요. 왜 사람들은 마지막 세문장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오해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Dino님 // 짭짤한 계란프라이...... 가 아니라 그러니까 저와는 무관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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